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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다. 나의 첫 노은님에 대한 인터뷰를 읽던 중 문득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다. 노은님은 유럽에서 꽤나 알려진 노년의 여성 작가분인데, 1970년 파독 간호사로서 근무하다 뒤늦게 그림에 매력을 느끼고 지금은 독일의 시립 헬슈타트 미술관에서 영구 전시관을 만들어 작품을 보관할 정도로 세계적인 화가로 활약하고 계시다고 한다. 우리 나이로 70이 훌쩍 넘은 여성의 작가분이 그것도 뒤늦게 새로운 꿈을, 타지에서 홀로 이루어 낸 인생사는 내게 많은 동기를 부여한다. '우주의 정원사'라 불리운다는 표현주의 거장 작가 책에선 그렇게 그녀를 소개하고 있었다. 노은님이라기에 존칭인 줄 알았는데 이름이 '은님'이다. 그분의 대표적 작품 은 프랑스 중학교 문학교과서에 수록되었다고 한다. 구글링을 통해 '해질 무렵의 동물'을 찾아보았다. 노은.. 더보기
여울이의 유치원 졸업식 오늘은 여울이의 유치원 졸업식이 있는 날이다. 별 것 아니라면 별 것 아닐 수도 있는 날이라는 생각에, 연구실 이전과 과제 제출일이 밀려있던 차여서, '초등학교 입학식에 참석하면 되지'라는 맘으로 졸업식에 참석해서 여울이가 그렇게 먹고싶어하던 '금돼지 왕돈까스' 사주겠다는 약속을 쉽사리 깨려하고 있었다. 내게 중요한 일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우리 가족에게 있어 여울이 졸업식만큼 중요한 일이 또 있을까 싶었다. 비록 유치원 졸업식이긴 하지만 여울이에겐 처음으로 경험하는 졸업식이기에 어떻게 해서든 참석해야겠다는 맘이 들었다. 하필 오늘 오랜만에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래도 비는 워낙 좋아하기에 기쁜 마음으로 나섰다. 졸업식에 참석해보니 발 디딜틈이 없었다. 아빠가 별로 없을 것이라던.. 더보기
달맞이길은 참 좋아요. 해운대에 살면서 참 고마웠던 것 중 하나가 아름다운 바다가 늘 인근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었다. 드물게도 이것은 시간이 흘러 놓치고 나서야 느꼈던 점이 아니라 내가 늘상 감사해하며 깨닫고 있던 바였다. 좀 다른 곳에서 일을 하기 위해 무작정 바다로 향했다. 바다로 가는 길은 늘 즐겁다. 그냥 발길이 향하는대로 바다로 나섰다. 청사포의 바다는 눈부시게 밝고 아름다웠다. 바위들이 "나 바닷물에 반짝반짝 씻었어~" 라는 듯 하다. 누군가 돌미역을 따다 말리나보다. 돌미역 맛있는데... 돌미역이 맛있는 나이가 되었나보다. 혼자서 산책을 한다. 예전엔 혼자서 참으로 많이 걸어다녔었는데 요즘엔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 차가 있으니 그런 듯 하다. 본받을만한 위인들은 대부분 혼자만의 산책을 통해 자신을 정화시킨다는데 .. 더보기
오랜만에 찾은 여유있는 아침 아침에 두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다시 집으로 가 뒹굴거릴까, 달맞이 커피숍으로 나설까하다 커피숍으로 나섰다. 올빼미 기질을 뼈 속까지 지니고 있는 내게 아침부터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한다는 것은 상당한 에너지를 넘어선 무언가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평일 중 이런 시간을 가지려고 해도 가질 수 없는데 복에 겨워 늘어지는 소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곧바로 달맞이길로 향했다. 평소에 출근길과는 달리 늘상 듣던 라디오도 더욱 경쾌하게 들린다. 학교 속 모든 것이 내가 원하는대로 갖추어진 내 연구실에 있으면 이상하게 창의성을 상실한 나를 마주하게 된다. 교수 연구실이라 누가 쉬 들어오는 것도 아니지만, 왠지모를 압박감도 느껴지고 자유로이 느껴지질 않는다. 직장 속에 있다는 느낌이 강해서 일 것.. 더보기
여울이의 이빨 II 여울이의 젖니가 흔들리던 날 밤에 오랜 친구의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아버님께서는 몇 개월동안 말기암으로 투병 중이셨기에 호스피스 병동에서 입원해 임종을 준비하고 계시던 상황이었다. 부고를 듣고 다음 날 조문을 갔다. 늦은 밤에 임종하셨기에 실제 장례는 이틀간 치뤄졌다. 오랜 단짝 친구이기에 발인과 추모공원에 모실 때까지의 일정을 함께 했다. 장례식의 전 과정을 치뤄본 적은 친구도 나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언제나 밝은 모습을 보여주던 친구는 애써 슬픔을 참아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화장이 시작되면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 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며 애써 쓴 웃음을 지어 보였다. . 마지막 날 친한 친구 여럿이서 관을 들고 장례지도사의 안내에 따라 화장터에 다다랐다. 예의바르지만 무덤덤한 표정의 장례지도사들의.. 더보기
여울이의 이빨 I 지난 금요일, 여울이의 이빨이 빠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치과에서 여울이의 이빨을 뺐다. 여울이의 아랫유치 두 개를 첨으로 뽑았다. 목요일 저녁에 집에 들어오니 아내가 여울이의 이빨이 흔들린다기에 살펴보니 아랫니 뒤에서 덧니가 날 것 같은 기미가 보였었다. 아직 이빨이 보인 건 아니지만 왠지 덧니가 아랫유치 안쪽에서 자리잡은 것 같은 기미가 보였었다. 여울이 또래의 다른 친구들은 벌써 유치가 한둘 빠진 지가 제법 된지라 덧니가 생기지 않도록 신경 써 살펴보던 차 인지라 '아뿔싸' 싶었다. 이틀 전에 치과도 챙겨 보냈었는데 한 시간이나 줄 서 잠깐의 진료를 본 치과에선 아직 때가 아니라고 했었는데 말이다. 내가 치열이 고르지 못 한 탓에 우리 아이라도 치아가 발랐으면 하는 맘이 컸었던지라 안타까움이 더.. 더보기
블로그를 시작하며 오랜만에 다시 블로그를 시작합니다. 블로그가 초창기일 십 여년 전에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했었습니다. 나름 공을 들여 블로그를 운영하였었는데 점차 블로그에서 흥미를 잃고 내버려 두었었습니다. 글쓰는 걸 멀리하는 오랜 기간 동안 간혹 글을 쓰고 싶어질 때가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마음은 이내 사그라들었지만 때때로 무언갈 끄적이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다시금 네이버에 블로깅을 해볼까 생각도 했었지만 왠지 네이버라는 사이트가 별로 맘에 내키지 않았습니다. 제가 즐겨쓰는 아이패드를 활용해 어디서든 편하게 글을 끄적이고 싶은데 네이버에선 지원하는 앱이 별로 맘에 들지 않기도 해서 더욱 그러했던 듯 합니다. 우연히 텀블러라는 사이트를 알게되어 한동안 글을 올리기도 하였었지만 텀블러엔 너무도 사람들의 왕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