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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를 읽고

  • August 27, 2013, 12:46pm 텀블러에 남긴 글

마키아벨리를 읽고.

 

워낙 유명한 인물이지만, [군주론]이란 저서 외에는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그냥 부정적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는 것 외에는.

 

 위의 책은 마키아벨리에 대해 재평가를 내린 책으로서 마키아벨리가 처한 시대와 상황, 인물에 대해 깊이있는 이해와 분석 후에 쓰인 책인 듯 하다. 사회가 내린 통념인 약자를 핍박하는 마키아벨리의 이미지는 그의 저서 [군주론]의 일부분만을 발췌, 인용한 데에서 비롯된 오판임을 알 수도 있었다.

 

 이 책의 저자(김상근)가 주장하는대로 마키아벨리는 강자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비록 피렌체의 서열 3위라는 제 2 서기장이라는 자리에까지 오른 그였으나, 16세기 이탈리아에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철저하게 약자의 입장이었다. 더군다나 그의 대표적 저서 [군주론]이 쓰여진 때에 그는 몇 년째 유배중인 상황이었으며, [군주론]은 그가 마지막으로 메디치 가문에 제출하는 일종의 포트폴리오적 성격을 띈 저서이었다.

 

 그가 진심을 담아 써내려간 군주론은 물론 강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백성들을 다스리느냐는 방법을 담은 것이지만, 그 한편에는 쉽게 흥분하고 변모하는 군중들의 무지함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내용들이 담겨져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안타까움이 담겨져 있다. 그는 수많은 전쟁과 수많은 영웅들의 등장과 몰락을 지켜보면서 그들이 한 국가의 군주로서 자리매김 하려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건조하고 날카롭게 지적하였다. (사진 1)

사진 1

 이 당시로서는 (이러한 군중을 가진 시대) 이러한 리더가 아마도 한 국가를 이끌고 나갈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으리라. 우유부단한 군주가 가장 위험한 군주라는 마키아벨리의 지적은 당시 도시국가이던 이탈리아가 주변 강국(프랑스, 스페인, 신성로마제국(독일))의 위협에 노출된 때에 걸맞는 군주가 그 국가의 영속에 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외려 그는 그의 상대국이자, 그의 국가를 침공하려했던 군주, 체사레 보르자를 군주의 모델로서 소개하고 있다. 그는 ‘사자의 담대함과 여우의 꾀를 가진’ 군주이기 때문이다. 여튼 그가 일관되게 말하려는 바는 그렇게 백성을 짓누르라는 통치론이 아니라 원칙을 세워 강력한 법을 집행해서 이탈리아와 피렌체를 선진 조국으로 이끌어 나가란 내용이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것은 공화정의 몰락과 메디치가의 복권으로 인해 자신의 자리를 잃고 유배 중인 자신의 삶을 되돌리기 위한, 일종의 복권을 위한 포트폴리오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후에 이 책이 로렌초 데 메디치에게 바쳐지지만 이 책은 소위 '개만도 못한 대우'를 받게 된다.

 

 출판도 거절당하고, 직접 쓴 원고를 2년이 지나서야 겨우 헌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지만, 로렌초 데 메디치는 이 때 함께 선물로 바쳐진 사냥개의 머리만 쓰다듬을 뿐 [군주론]은 한 페이지도 펼쳐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마키아벨리가 메디치가에 부름을 받지 못했음도 물론이다.

 

 나중에 그는 모든 욕심을 버리고 [로마사논고]를 쓰게된다.
이것은 [군주론]과는 정반대의 성격으로 공화정을 실현하게 될 미래의 젊은이들(루첼라이 정원의 공부 모임의 참석자들)에게 국가를 어떻게 운영해야하는 것인지의 내용을 담고있다. 또한 백성의 의견이 한명의 우둔한 군주보다 낫다는 시각도 가지고 있다. (사진 2)

사진 2


 참으로 대비되는 내용이지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시대적, 개인적 상황을 빗대어보면 말이다. 국가의 최고위직에서 끼니를 걱정해야하는 십여년의 변방생활. 마지막 자존심을 담아쓴 [군주론]의 짓밟힌 자존심. 더이상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 없는 그는 어쩌면 목숨을 담보하고서라도 진실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위기에 처한 조국 앞에서 그의 뛰어난 경험들을 전수하고 싶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랑에 빠진다.
아내와 사회로부터 진드기 취급을 받던 마키아벨리는 마을의 유부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사랑의 열정에 불타오르는 마키아벨리는 [만드라골라]라는 코미디를 쓰게된다. 그 희극의 주인공에 자신을 투사되어 있기도 하다. 이것은 16세기 이탈리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희곡이 되었고, 교황청에서도 공연으로 만들어졌다. 뛰어난 지식과 사고력을 가진 사람의 재능인가보다. 희곡도 잘쓰는구나.


내용이 길어졌지만, 간만에 읽은 책에서 내가 남기고자 한 내용은 이것이다.

 

우리가 만약 강자의 횡포에 억눌려 살던 삶을 청산하고 진정으로 자유로운 인간이 되고 싶다면

진정한 교육을 받아야한다고. 강자가 던져주는 사회적 시스템의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실제로 깊이 사유하고 일희일비하지 않는 공부를 하여야 한다고.

 

 

 마키아벨리는 말한다.

 

운세가 좋으면 거만해지고,

나쁘면 기가 죽는 일이 일어나는 것은

여러분의 생활이나 여러분이 받았던 교육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 방법이 연약하고 겉치레가 되면 여러분은 그러한 인간이 될 것이고,

이와는 다른 교육을 받으면

여러분 또한 다른 종류의 인간이 되어

세상사에 대해서 좀 더 풍부한 지식을 얻게 되고,

행운에 취하고 역경에 실망하는 일도 그다지 없게 될 것입니다.

 

 

 이 내용이 나의 가슴 속에 울려퍼졌다.

16세기의 정치가이자 외교관, 작가, 현재로는 공포정치와 영악스런 이미지의 대표주자로 알려진 마키아벨리가 주는 시대를 뛰어넘은 진정한 가르침이었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피렌체 군중과는 다른지,
지금의 우리는 강자들이 만들어놓은 시스템 속에서 배우며,
그것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것이 그들만을 위한 시스템인 것을 그리고 나를 위한 진지한 교육이 맞는 것인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렇듯 울림이 있어도 이렇게 제대로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나를 되돌아 보며, 어릴 적 일기쓰기를 게을리해 내 감정을 솔직하게 느낀 바대로 표현하는 법을 익히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문제를 알면 답도 있다고 했던가.

블로그를 통해 점점 더 나아질 것이다^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