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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그림을 그리다. 나의 첫

노은님에 대한 인터뷰를 읽던 중 문득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다. 

 

노은님은 유럽에서 꽤나 알려진 노년의 여성 작가분인데, 1970년 파독 간호사로서 근무하다 뒤늦게 그림에 매력을 느끼고 지금은 독일의 시립 헬슈타트 미술관에서 영구 전시관을 만들어 작품을 보관할 정도로 세계적인 화가로 활약하고 계시다고 한다. 우리 나이로 70이 훌쩍 넘은 여성의 작가분이 그것도 뒤늦게 새로운 꿈을, 타지에서 홀로 이루어 낸 인생사는 내게 많은 동기를 부여한다.

 

'우주의 정원사'라 불리운다는 표현주의 거장 작가 

 

책에선 그렇게 그녀를 소개하고 있었다. 노은님이라기에 존칭인 줄 알았는데 이름이 '은님'이다. 그분의 대표적 작품

<해질 무렵의 동물>은 프랑스 중학교 문학교과서에 수록되었다고 한다. 구글링을 통해 '해질 무렵의 동물'을 찾아보았다. 

     

 

해질 무렵의 동물, 노은님 1986, http://stnd.creatorlink.net/Works/view/736506 퍼옴. 

 

노은님의 인터뷰를 보고, 그녀의 그림을 보고 문득 나도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다. 

크게 바쁘지 않은 일요일, 연구실에서 달리 할 것도 없지 않은가? 

 

당장 문구점으로 달려가 아크릴 물감과 스케치북, 붓, 파레트, 그것을 담아둘 통을 샀다. 

아크릴 물감을 선택한 것은 순전히 그녀의 그림들이 대부분 한지 위에 아크릴로 표현되었기 때문이다. 

 

한숨에 내려가 그림도구들을 샀다. 무언가 새로운 걸 사는데 고민을 하는 성격이지만, 왠지 망설이다간 그림을 그려볼 기회를 놓칠 것 같았다. 

금액을 따지고보면 딱 만원이 들었다. 얼마 되지 않는 금액이지만, 쓸모없는 물품을 사는 것에 대한 왠지 모를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터라 평소 같으면 한 번 더 망설였을 터이다.

하지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그것도 스스로 그림을 그려낸다는 것은

예전부터 마음 한 구석에서 이뤄보고 싶었던 일 중 하나이다. 

 

생각나는대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우선 할 일이라 마음을 다잡고 책상에 앉았지만, 

한동안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스케치엔 자신이 없으니 바로 물감으로 그리기로 했다.

 

하얀 스케치북 위에 선 하나 잘못 그리면 엉망이 될 테고, 

그걸로 나의 오랜 소망의 불씨는 동력을 잃게 될 것이 두려운 나머지 한동안 명상하듯 멍하니 있었다. 

그러다 그냥 그리기 시작했다. 붓을 좀 대다 그녀의 그림들을 살펴보기로 했다. 

 

커닝일 수도 있지만, 내가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도 명확치 않으니 

맘에 들었던 그녀의 그림체를 따라가 보기로 맘 먹은 것이다. 그녀의 표현에 따르면 쉽게 그려낸 그림이라지만 

막상 흉내내기엔 그 경지가 너무도 먼 듯 했다.

 

여튼 그려내기로 했다. 

고양이 같은 걸 좋아하다보니 낙서를 끄적여도 고양이 같은 것이 그려진다. 

무채색의 그림이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무언가 마음이 따뜻한 그림이었으면 좋겠단 마음이었다. 

그릴 때는 포기하며 그린 그림이지만, 시간이 한 시간쯤 지난 지금, 이 글을 적고 있는 순간 그림에 정이 붙는 듯하다. 

검은색의 동물을 그리고, 숲을 그리고. (읭?) 

전설의 꽃을 그렸다. 라고 표현하고 싶지만 표현력은 초등학생 수준에 머물러 있으니 파란 튤립을 그렸다. 

내가 생각하기에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이쁜 꽃이 파란 튤립이었나 보다. 나도 그리고 나니 내가 보이는 듯하다. 

 

외눈박이의 동물은 겨울에 피는 꽃을 보러 갔나보다.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고요히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다시금 여유가 생기는 시간이 다가온다. 

나는 이 시간들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꽃에서 본 동물의 모습이다. 꽃은 동물을 어떻게 바라볼까?

 

하루하루를 느끼고 있는 요즘, 

사는 것이 행복하다. 

크게 부족한 것이 없고 바랄 것이 없다. 

 

그녀의 인터뷰가 마음에 닿는다. 

 

"매일매일 벌어지는

좋은 일도, 안 좋은 일도, 

수고스럽겠지만 그냥 받아들이세요 

날씨처럼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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