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육아 일기를 남겨본다.
여행다니는 삶을 살자 다짐했건만,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코로나 핑계 등으로 제대로 된 여행을 해 본지 오래되었다. 그래서 겨울 방학땐 미리 계획을 세워 4박 5일 일정으로 제주에 왔다.
첫째 날 일기(정확힌 어제)
1. 아침 일찍 나섬에도 불구하고 여울이는 한번에 일어남. 노을이는 여전히 누나가 깨움. 여울인 노을이를 깨울 때 그냥 깨우려다 한번 멈칫한 후 엄마의 이불을 손에 집고 노을이 이불을 흔들어 깨움. 노을이가 지저분하다고 안만지려함. 노을이가 요즘 소매를 무는 습관이 들어서 이 부분은 수긍이 되기도 함.
2. 비행기가 신기한 아이들. 그러나 조금 있으니 질려하는 아이들. 노을이가 조금이라도 앞좌석 누나의 자리에 다리가 닿으면 성질내는 여울이. 노을이 옆에서 극도의 주의를 줌. 여울이의 분노가 모두에게 전염되어 여행을 망치지 않길 바람.
3. 비행기에 내리면서 칼 바람 맞으며 젤 첨 든 생각. 뭐지? 현실인가? 세상 어떤 공업용 선풍기보다 강한 바람을 맞음. 마흔 훨씬 넘어 살면서 경험한 역대급 바람임.
3-1. 렌트카 빌림. 남의 차는 완전자차 들어도 부담됨ㅠ 애초 렌트카에 한번 데여봐서 더 그런 듯.
4. 여울이가 며칠 전부터 네이버 평점 소수점 두자리까지 외고 있는 맛집보다 더 평점이 높았던 고기국수집. 고기국밥을 먹었던 내 점수는 별 둘. 머릿고기!!!ㅠ
여울인 괜찮았다 함. 그냥 생면도 잘 먹는 아이라.
5. 성산쪽 숙소로 향하는 길은 한 시간이 훌쩍 넘기에 바닷가에 들러 잠시 산책하기로 함. 애들이랑 아내를 내려주고 부근에 주차하고 오니 애들이랑 아내가 어디 건물에 숨어있음. 이유를 물었더니 바람 때문에 갈 수가 없었다고 함. 아래 사진은 바람이 그치고 난 성산쪽 해변(섭지해변). 미친 바람이 불던 시각 함덕해변에선 사진 찍을 엄두도 안남. 기록 동영상 하나 찍은 걸로 아는데 왠일인지 저장조차 안되어있음.
6. 도저히 오늘 일정은 소화가 안됨. 올레 1길을 좀 걸으려 했는데 너무너무 춥고 바람이 심함. 영하 4도. 그래서 여울이가 노랠 부르던 ‘보룡제과’ 로 가서 빵을 제법 사서 숙소로 옴.
7. 빵 욕심 잔뜩이던 여울이. 그래서 이틀 성산에 머물동안 3번 보룡제과에 데려오겠다 약속함. 여울이에게 종류 관계없이 3개 고르라고 함. 한참을 고민끝에 고른 여울이. 다른 가족과 절대 안 나눠먹으려함. 여울이 빵 조금만 맛보자고 가위로 잘라 줄 수 있냐 물으니 고양이 공격하듯 캭 하는 성질을 냄.
8. 아빠가 자기와 다른 빵을 꺼내 먹으려니 비로소(이미 배도 찼음) 나눠먹자며 애교를 부림.
(난 빵 별로 안좋아해서 하나 고름. 아내와 노을이도 저녁 먹어야하니 하나 혹은 두개씩 고른 수준.)
이제는 체격도 커져서 애교도 예전같지 않음. 객관적으로 안귀여움. but 부모 눈엔 자식이 이쁨. 저 성질머리 죽이고 (빵을 얻기위해) 급 변화 모드로 움질일 수 있다는 게 사회화가 이루어지는 과정 같아서 다행이기도 함.
8. 숙소엔 커다란 더블 침대 하나. 첫날엔 여울이가 여기서 자고, 둘째날엔 노을이가 여기서 자기로 함. 체격이 큰 나랑 자면 침대가 좁다며 엄마를 파트너로 고름. 결론은 나랑 여울이가 침대. 바닥이 따뜻하다며 아내는 바닥을 택함. 곁에서 자는 여울인 혼자서 이불을 말았다가 하며 내 이불을 뺏아감. 무거운 다리도 지 맘대로 올리는 차에 새벽에 제대로 잠들기 어려워 일기를 남기는 중.
9. 아내가 차려주는 저녁을 먹고 집밥이 젤 맛있는 것 같음. 내 기준엔 제주 맛집은 육지 맛집에 비해서 기대를 하면 후회가 큰 듯. 심지어 여울이가 일주일째 살펴보던 빵집도 한번 경험한 후 동네 맛있는 빵집에서 그 횟수만큼 빵 사주는 걸로 바꾸자하니 흔쾌히 동의함.
p.s 항상 로컬 막걸리를 즐겨 마시는데, 그때마다 느끼는 건 가격에 관계없이 유통기한이 짧게 설정된 게 최고임. 늘 그 방식으로 선택해왔고, 여전히 제주에서도 유효함. 마트에서 두배 비싼 막걸리와 유통기한 짧은 막걸리 두 개를 비교해본 결과 후자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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