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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

아이들과 첫 등산

며칠 전 가볍게 집근처 봉화산에 올랐다가 담번에 김밥 사들고 와서 등산을 해보자고 했었더랬다. 아이들은 김밥을 ‘사서’ 온다는 사실에 이미 신이 났다(아내가 외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게 방학의 첫 날인 토요일 봉화산에 올랐다.

노을이의 가방엔 자기 물병이 들어있다.

국립공원도 다녀오고, 캠핑에서 산책도 많이 했지만, 도시락을 챙겨 다녀오는 등산은 오늘이 첨이다. 작은 가방이라도 본인의 짐을 들고 다니게 하고 싶었다. 아이들의 짐이래야 별 것도 없었지만. 앞으로 등산이 즐거워지려면 각자의 배낭을 지고다니는 습관은 키워주고 싶었다. 최소한의 기준은 정해야 서로 편할 것 같았다.

다람쥐같은 노을이. 등산 내내 사뿐한 걸음으로 앞서갔다.

등산하려다 아이들이 물을 찾을 때마다 가방에서 꺼내주는 게 은근 손이 가는 일이다. 요맘 때 애들을 키워본 부모는 알겠지만 몇 분마다 물을 찾는다. 배낭을 열어 물 전해주고, 넣고 하는 일을 줄이고 싶었다.
첫 등산에서 즐거운 기억들이 가득해야 담번 등산도 잘 와지리라. 다행이 애들은 각자 배낭 메는 것을 더 좋아했다.

봉화산에 위치한 정토사
여울이는 노을일 손 위에 두고 사진 찍는 것을 즐긴다.
봉하마을에서 경험을 통해 고양이에게 조심스레 다가가는 아이들

정토사에 가니 이쁜 삼색 고양이 한마리가 사람 손을 반겨주고 있었다. 약간의 경계심도 보이는 듯 했지만, 이내 접근을 허락해 주었다.

정토원의 큰 종

정토원은 자그마한 절이다. 산 정상에 위치한 소담한 정토원을 보니 마음이 절로 차분해진다. 저 큰 종을 치고 싶어하던 여울이를 겨우 달래 다시 정상으로 향했다.

정토원을 지나 정상으로 가는 길가에 위치한 석상
삼색이의 물그릇이 비워져있어 여울이가 보리차를 나눈다

조금만 오르니 정상에 위치한 사자바위가 보인다. 사자바위엔 나름의 전망대가 갖춰져있는데 김해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노대통령께서 봉화산을 설명할 때 낮지만 높은 산이라 하셨다.

사자바위에서 이렇게 김해가 잘 보일 줄이야.

방향을 틀면 길게뻗은 낙동강 줄기도 한 눈에 보인다.

텃밭에서 본 사자바위

“봉화산은 낮은 산이지만 주변 지형이 낮아
사방이 훤히 보이니 낮지만 높은 산입니다.”

여울이가 작은 텃밭들을 보며 ‘팔렛트 같다’ 한다.

 

강한나라에서 ‘한’은 우리 가족이 심었더랬다.

멀리서 보니 텃밭의 글씨가 잘 보인다. 내려와서 보면 이렇게 보인다. 늘 텃밭에서 보던 모습이다.

글귀가 쓰여진 논을 가까이서 본 모습. 이 밭에만 물을 채워 놓으니 멀리서 글귀가 잘 보였다.

내려왔을 때 보면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올해는 글이 잘 새겨지지 않았나보다 생각했었다. 수십번 봤는데도 제대로 못 봤었구나. 때론 멀리서 봐야 보이는 이치를 다시금 생각해본다.

사람사는 세상

사람사는 세상
참 좋아하는 글귀다. 노대통령께서 즐겨 쓰시던 말씀을 이렇게 사자바위에서 빛을 통해 보게되니 참 감격이다. 생전에 대통령께서 보셨더라면 참 좋아하셨을 것 같다.

가볍게 1인 1김밥

단촐한 한 줄 김밥 도시락에도 아이들은 신이 났다. 도시락 덕분인지 아이들은 소풍온 것 처럼 내내 들떠있었다. 등산 중 발아프다고 칭얼댈거라 생각했던 노을이는 다람쥐같은 걸음으로 앞서갔다 아빠에게 돌아왔다하며 신이 나서 돌아다녔고, 여울인 김밥 먹을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느라(꼭 산에서 김밥을 먹어야 한다며) 금방 하산할까 싶어 조바심 내고 있었다.

부들이 이렇게 변해있었다. 민들레 홀씨 천 개쯤 모은 듯하다

산 어귀를 여유롭게 걷고, 도시락을 먹으니 딱 두 시간 정도 소요된다. 우리 또래의 자녀를 둔 가족들에게 가볍게 산책하기 딱 좋은 코스다. 아이들은 담번에 또 산에 오르자며 좋아한다. 우리 가족의 성공한 첫 산행이다.

p.s 코로나 시대는 사람들과의 거리를 두게 만들었지만 가족들과는 거리는 가깝게 만들었다. 아이들이 어린지라 사람들이 없는 곳을 골라 마스크를 꼭 쓰고 야외활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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