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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몸

책 작업 사진촬영

코로나로 미뤄졌던 책에 들어가는 사진 촬영을 했다.
지난 여름 방학 즈음에 의뢰받았던 근막(fascia)에 관련한 내용인데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라 좀 망설이다 한 챕터 분량을 맡게 된 것이다. 내용은 올 겨울 방학 전에 완결하였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사진 촬영이 미뤄졌었다.

두번째 촬영이라 아직 익숙하진 않았다.

사진이 총 60장 내외였으니 적은 편은 아니었다. 일전에 30장 내외의 사진을 찍는데도 꽤나 고생했던 터라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릴거라 예상을 했던 지라 전날 다시 한번 원고를 살펴보고 어떤 구도와 자세로 사진을 찍으면 될 지 구상하고 메모해 두었다. 이번 사진은 내가 직접 모델을 대상으로 근막기법 적용하는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막상 촬영이 끝나고 생각해보니 좀 더 욕심을 내볼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사진을 촬영하기에 앞서 먼저 든 생각은 출판을 위해 고생하는

‘관련자 분들의 고생을 덜어줘야겠다.’

는 생각이 우선했던 것 같다. 그래서 정작 신경써야 할 ‘사진’에는 좀 소홀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내 분량이 젤 마지막 촬영이라 며칠 전 부터 내려와있던 담당자분과 사진 작가분을 나로 인해 오래 붙잡아두고 싶진 않았던 생각이 컸던 것 같다. 또한 종일 촬영으로 지쳐있을 모델도 생각했던 것 같다. 여튼 나의 이런 배려심을 가장한 ‘소심한’ 성격 덕에 얼른 사진마다 ok를 했던 것 같고 작업은 순조롭게 마감되었다.

작업을 마치고 생각해보니 기법을 적용하는데 있어 조금 더 확대해서 잡았으면 좋았을 것 같은 사진과 구도를 달리했으면 좋았을 사진 등 여러 생각들이 떠올랐다. 촬영 막바지에 들어서야 찍어야 할 ‘사진’이 내 머릿 속에 보인 것이다.

 아~ 여기서 사진의 퀄리티를 책임질 사람은 바로 나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 것이다.

내가 사진의 전문가가 아니어서,
출판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어서,
멀리서 온 분들께 누가 되고 싶지 않아서,
등의 내용을 차치하고라도 나는 내가 담당한 사진의 질을 관리하는 책임자였다는 걸 잊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 다른 분께 수고를 끼치더라도 멋진 사진을 고집했어야 했다. 만족한 사진들로만 채워질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 시도를 했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나이스’해보이려는 나의 생각이, 정작 책을 구매하게 될 독자들에게 해가 되리라곤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다 소심하고 남에게 눈치 받기 싫어하는 성격 덕에 우러난 내 생각에서 우러난 행동이다 싶었다.

촬영을 마치고 하루를 마감하고 나니 이제야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다짐해본다.

1. 담번엔 저자로서 좀 더 요구(?)를 해야겠다. ‘나이스’ 해보이진 않을지라도, 까탈스럽다 여길지라도. 태도를 정중히 갖추면 될 것이다. 저자가 신경 쓴 사진은 출판인도 외려 좋아할 것이고, 늘어난 시간만큼 사진 작가에게도 시급이 제공될테니라는 생각으로 맘에 드는 사진으로만 채워질때까지 고집을 부려봐야겠다.
2. 일상 속에서 사진 찍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이 책과 관련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일상 속 중요한 사진을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담아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니 실수를 범한다.
하나 둘 천천히 배워가며 모자람을 채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