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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

불볕 더위엔 이틀을 하루로 만들어 쉬기 요즘은 아이들과 봉하마을에 텃밭을 간다. 여울인 텃밭에 질린 기색이고, 노을이도 그랬었지만, 최근 채집망으로 개구리랑 잠자리 잡는 재미에 빠져있어서 봉하마을 가자면 뒹굴거리다가도 얼른 나갈 채비를 마친다. 아이들과 요 며칠 늦은 밤 다대포 해수욕장도 갔었더랬다. 새벽 간조 시간에 맞춰 아이들과 아내는 바닷 속 구경을 하고, 나는 다이빙을 했다. 첫 바다 탐험이 재밌었던지, 두 번째 바다 탐험도 다녀왔다. 요즘은 불볕 더위라 낮에 해수욕장은 엄두를 낼 생각도 못했는데 이것도 좋은 놀이 방편이지 싶었다. 한참 해가 뜨거운 토요일 낮엔 집에서 푹 쉬고, 새벽 물때에 맞춰 바다로 나선다. 한참을 놀다 해뜰 때쯤 집으로 와서 또 한숨자고, 일요일 낮을 맞이한다. 그리고 주변 산책을 한다. 바다를 좋아하는 우리 가.. 더보기
성읍민속마을(2일차) 오늘의 여행기. 1. 아침 일출을 보기 위해 아이들을 깨워 성산일출봉 등반. 비교적 코스가 짧은 무료등반 코스 선택. 여울인 가마우지를 만나 신남. 2. 펜션에서 떡국을 먹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성읍민속마을로 향함. 여러 고양이들을 만나 신난 아이들. 아빠의 작은 농담에 크게 반응해주는 아이들. 낡은 집과 ‘샤헤일루’ 한 여울이. 3. 성읍민속마을 서문에 위치한 서문식당. 친절하고 저렴하고, 맛도 좋은 식당. 기분 좋은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여울인 내일 메뉴가 궁금하다며 벌써 서문식당 인스타를 한참이나 살펴봤다. 4. 성읍민속마을을 더 둘러보고 인근에 있는 올레 4코스를 둘러보았다. 제주는 어디를 들러도 그림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정말 너무나도 만족스런 올레길. 이십여년 전 호주를 배낭여행하며 관광.. 더보기
아이들과 첫 제주도 여행 오랜만에 육아 일기를 남겨본다. 여행다니는 삶을 살자 다짐했건만,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코로나 핑계 등으로 제대로 된 여행을 해 본지 오래되었다. 그래서 겨울 방학땐 미리 계획을 세워 4박 5일 일정으로 제주에 왔다. 첫째 날 일기(정확힌 어제) 1. 아침 일찍 나섬에도 불구하고 여울이는 한번에 일어남. 노을이는 여전히 누나가 깨움. 여울인 노을이를 깨울 때 그냥 깨우려다 한번 멈칫한 후 엄마의 이불을 손에 집고 노을이 이불을 흔들어 깨움. 노을이가 지저분하다고 안만지려함. 노을이가 요즘 소매를 무는 습관이 들어서 이 부분은 수긍이 되기도 함. 2. 비행기가 신기한 아이들. 그러나 조금 있으니 질려하는 아이들. 노을이가 조금이라도 앞좌석 누나의 자리에 다리가 닿으면 성질내는 여울이. 노을이 옆에서 극도의.. 더보기
노을이가 내게 오는 공간 이층 침대의 일층 옆. 벽에 맞닿아 생긴 작은 틈으로 노을이가 찾아오는 곳. 화장실에 들렀다 나오는 길에 누워있는 아빠를 만나러 오는 작은 구멍. 이제 제법 커버린 여울이는 잘 들어오지 않는 틈. 아직은 어려 엄마 아빠와 같은 방을 쓰는 남매지만, 곧 자라면 이런 소소한 기쁨도 사라지겠지. 이것이 기쁨인 줄 아는 지금 이 감사한 느낌을 이렇게 새벽에 글로나마 포획해놔야겠다. 평상시엔 기쁨인지도 모르다가 이렇게 감성에 젖는 새벽녘에야 일상의 기쁨을 고요히 마주하게 되고 포착할 수 있게 된다. 소소한 일상에 감사하고 지루한 일상에 안도하는 맘으로 하루를 채워가야겠다. 더보기
무지개 케익의 봉인은 풀지마! 여울아 노을아~ 함부로 무지개 케익을 요구하지 말라! 크리스마스라 아이들이 케익 뭐먹냐 할 때 간단히 노브랜드에서 치즈케익이나 사먹자 했었다. 며칠 전 노을이 생일 때 아이스크림 케익을 먹었던지라 크게 케익에 관심을 안보이던 아이들이었다.노을이 생일이 다가오기 전 티비에서 삼단케익을 아이들이 보고 신기해했었다. 저런 건 어디서 파냐고 물어보기에 직접 만든다고 알려줬더니 노을이도 저런 케익을 받고 싶다고 했었다. 예전에 제빵학원을 다닌 적이 있는 아내가 “그럼 엄마가 무지개 케익 만들어줄까?” 했더니 작년에 무지개 케익을 경험해봤던 여울이가 노을이를 뜯어 말려 겨우 위기를 모면했던 차였다.노을이의 케익 선택지 중 치즈케익과 간식 vs 아이스크림 케익 이었는데 결론은 아이스크림 케익으로 정했다. 노을인 원래.. 더보기
아이들과 첫 등산 며칠 전 가볍게 집근처 봉화산에 올랐다가 담번에 김밥 사들고 와서 등산을 해보자고 했었더랬다. 아이들은 김밥을 ‘사서’ 온다는 사실에 이미 신이 났다(아내가 외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게 방학의 첫 날인 토요일 봉화산에 올랐다. 국립공원도 다녀오고, 캠핑에서 산책도 많이 했지만, 도시락을 챙겨 다녀오는 등산은 오늘이 첨이다. 작은 가방이라도 본인의 짐을 들고 다니게 하고 싶었다. 아이들의 짐이래야 별 것도 없었지만. 앞으로 등산이 즐거워지려면 각자의 배낭을 지고다니는 습관은 키워주고 싶었다. 최소한의 기준은 정해야 서로 편할 것 같았다. 등산하려다 아이들이 물을 찾을 때마다 가방에서 꺼내주는 게 은근 손이 가는 일이다. 요맘 때 애들을 키워본 부모는 알겠지만 몇 분마다 물을 찾는다. 배낭을 열어.. 더보기
여울이의 유치원 졸업식 오늘은 여울이의 유치원 졸업식이 있는 날이다. 별 것 아니라면 별 것 아닐 수도 있는 날이라는 생각에, 연구실 이전과 과제 제출일이 밀려있던 차여서, '초등학교 입학식에 참석하면 되지'라는 맘으로 졸업식에 참석해서 여울이가 그렇게 먹고싶어하던 '금돼지 왕돈까스' 사주겠다는 약속을 쉽사리 깨려하고 있었다. 내게 중요한 일들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우리 가족에게 있어 여울이 졸업식만큼 중요한 일이 또 있을까 싶었다. 비록 유치원 졸업식이긴 하지만 여울이에겐 처음으로 경험하는 졸업식이기에 어떻게 해서든 참석해야겠다는 맘이 들었다. 하필 오늘 오랜만에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래도 비는 워낙 좋아하기에 기쁜 마음으로 나섰다. 졸업식에 참석해보니 발 디딜틈이 없었다. 아빠가 별로 없을 것이라던.. 더보기
여울이의 이빨 II 여울이의 젖니가 흔들리던 날 밤에 오랜 친구의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아버님께서는 몇 개월동안 말기암으로 투병 중이셨기에 호스피스 병동에서 입원해 임종을 준비하고 계시던 상황이었다. 부고를 듣고 다음 날 조문을 갔다. 늦은 밤에 임종하셨기에 실제 장례는 이틀간 치뤄졌다. 오랜 단짝 친구이기에 발인과 추모공원에 모실 때까지의 일정을 함께 했다. 장례식의 전 과정을 치뤄본 적은 친구도 나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언제나 밝은 모습을 보여주던 친구는 애써 슬픔을 참아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화장이 시작되면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 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며 애써 쓴 웃음을 지어 보였다. . 마지막 날 친한 친구 여럿이서 관을 들고 장례지도사의 안내에 따라 화장터에 다다랐다. 예의바르지만 무덤덤한 표정의 장례지도사들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