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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

여울이의 이빨 I



 지난 금요일, 여울이의 이빨이 빠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치과에서 여울이의 이빨을 뺐다. 여울이의 아랫유치 두 개를 첨으로 뽑았다. 목요일 저녁에 집에 들어오니 아내가 여울이의 이빨이 흔들린다기에 살펴보니 아랫니 뒤에서 덧니가 날 것 같은 기미가 보였었다. 아직 이빨이 보인 건 아니지만 왠지 덧니가 아랫유치 안쪽에서 자리잡은 것 같은 기미가 보였었다.


 여울이 또래의 다른 친구들은 벌써 유치가 한둘 빠진 지가 제법 된지라 덧니가 생기지 않도록 신경 써 살펴보던 차 인지라 '아뿔싸' 싶었다. 이틀 전에 치과도 챙겨 보냈었는데 한 시간이나 줄 서 잠깐의 진료를 본 치과에선 아직 때가 아니라고 했었는데 말이다. 내가 치열이 고르지 못 한 탓에 우리 아이라도 치아가 발랐으면 하는 맘이 컸었던지라 안타까움이 더했다. 아랫니를 흔들어보니 제법 흔들거렸다. 여울이가 혀로 밀어도 흔들흔들. 조금만 힘을 주어 당기면 금새 빠질 것도 같았다. 여울이를 설득해 단번에 쏙~ 뽑을까도 했지만, 여울이의 의사에 반해 뽑고 싶지는 않았다.


 앞으로 뽑을 이가 한참이나 남아있는데 첫 발치의 경험부터 겁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 더군다나 겁많고 자기 주장 강한 여울이에게 억지로 뽑힌 발치의 경험은 나쁘게 각인될 것 같아 치아에 매어두었던 실도 여울이 손에 다시 돌려주었다. 물론 겁많은 여울이의 손에 의해 치아는 뽑혀지질 않았다. 아무리 흔들거리는 치아였어도 말이다. 담날 치과에 가니 소독약을 바르는 중에 빠져버릴 정도로 흔들거렸지만 말이다.


 내가 블로그에 남기고픈 말은 빠져버린 유치다. 유치를 간직한 아이는 참 이쁘다. 특히 웃는 얼굴은 아이의 고유한 미소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물론 유치가 빠져버린다고 아이의 미소가 바뀌지는 않겠지만, 유치를 가진 아이들을 보면 참으로 천진난만하고 순수하단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어른의 간니를 하나 둘 씩 지닌 아이들을 보면 왠지 우리와 같은 '사람'이란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하지만 유치를 그대로 간직한 아이들을 보면 '사람'이라는 느낌보단 무언가 더욱 순수한 어떤 '존재'로 와닿는 듯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그런 유치가 빠지는 것이다. 여울이는 빠른 생일이라 다른 친구들보다 키도 크고 발육이 빠른 편이었는데, 얼마 전 생일이 느린 또래 친구가 아랫유치가 네 개나 빠진 걸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그래서 여울이가 아직 '사람'으로 와닿기 전 '존재'로 느껴질 때 더욱 이뻐해줘야 겠다고 다짐한 지 얼마되지 않아 유치가 흔들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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